오래간만에 E북이 아닌 종이책을 구입했습니다.(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전자책을 읽으니 눈이 많이 피로하네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2024년 신작이자 우리나라에는 올해 8월 출간된 '가공범'입니다. 어제 도착한 책인지라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스포는 없으니 염려 마세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번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감정선을 선보이는 작가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공범'은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기존의 인기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공범'의 주요 특성과 히가시노의 기존작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히가시노게이고는 2023년 3월을 기준으로 총 100권의 책을 발표했으며 총판매량은 1억 부를 돌파했습니다. 독자들이 읽는 속도보다 작가가 글을 쓰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것 같습니다. 2023년 3월 '마녀와의 7'일을 발표하고 이후 '가공범'까지 제가 아는 것만 6권은 발표했습니다.
가공범의 독특한 서사 구조
이 소설은 고다이 쓰토무라는 형사가 중심이 되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고다이 쓰토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고다이 쓰토무는 2021년 작인 '백조와 박쥐'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히가시노의 수많은 소설 중 손꼽는 개인적으로 손꼽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리즈가 시작된다니 저에겐 너무나 반가운 소식입니다.
'가공범'은 기존 히가시노 소설의 틀에서 벗어난 독특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범죄→추리→해결의 전통적 순서를 따른다면, '가공범'은 범인의 심리 상태와 상황 묘사에 중점을 둔 '감정 중심의 반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시점 이전부터 출발하며, 독자에게 가해자의 시선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듭니다.
또한 이 작품은 '범죄를 누가 저질렀는가'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독자가 범인을 미워하기보다 이해하게 만드는 독특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이는 히가시노가 최근 선보였던 정서적 추리물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훨씬 더 인간 본성에 깊이 파고드는 방향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가공범》은 등장인물의 기억과 회상, 내면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복합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서사의 층위를 풍부하게 쌓아 올립니다.
기존 인기작과의 전개 방식 차이
'가공범'은 히가시노의 대표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는 확연히 다른 전개 방식을 취합니다. 《용의자 X》가 수학적 논리와 천재적 트릭을 통해 반전을 꾀했다면, '가공범'은 심리적 갈등과 현실적인 고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특히 사건의 실마리가 단순한 트릭이 아닌 '인간관계의 단절'과 '회복 불가능한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작품에서 주인공이 탐정이나 과학자 등 이성적인 인물이었다면, '가공범'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나도 그런 상황이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며, 깊은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이야기의 전개도 빠른 속도보다는 감정의 완급 조절을 통해 깊이를 더해가며, 마지막 페이지에서 무겁고도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테마의 확장성과 메시지의 깊이
《가공범》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테마의 확장성에 있습니다.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서, 인간의 선택과 도덕, 후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가공범(假共犯)'이라는 제목은 사건의 중심인물이 범죄에 실제로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정서적으로는 범행에 동조하거나 방관했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이러한 테마는 독자로 하여금 선과 악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이 때로는 가장 비인간적일 수 있으며,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감정이 때로는 정의를 구현한다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집니다. 히가시노는 이러한 메시지를 교훈이나 비판 없이, 이야기 자체로 독자에게 조용히 던져주는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독자는 소설을 읽고 난 뒤, 한동안 마음속에 여러 질문을 안고 있게 됩니다.
《가공범》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작품과는 또 다른 깊이와 방향성을 가진 추리소설입니다. 감정 중심의 서사,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도덕과 법의 경계에 대한 질문은 이 작품을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선 문학적 경험으로 이끕니다. 기존 히가시노 팬뿐만 아니라, 심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작입니다. 지금 바로 서점에서 《가공범》을 만나보세요.